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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들의 트라우마: 트라우마성 발달장애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634
등록일 2020-08-18 11:23:24.0

트라우마란 ‘생존에 위협을 느낄만한 정신적 충격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전쟁, 물리적 폭력, 강간, 천재지변, 성적 학대 등 인간의 대응력을 압도하는 위협적인 사건들이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성인의 관점이다. 대개 부모의 돌봄을 받는 유아들이 이러한 사건을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학자들은 오랫동안 유아의 트라우마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나이 든 아이에 비해 어린아이일수록 트라우마에 취약하지 않다고도 했다. 어릴수록 뇌가 공백상태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아이들은 인지발달이 덜 되었을 뿐 결코 공백상태가 아니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충격을 적게 받는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나 조절력이 약하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데다가 뇌의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휴유증이 크고 충격이 오래간다. 어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유아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보통의 스트레스라도 유아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년기 트라우마의 중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반복적인 애착손상’이다. 아이들에게 애착욕구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므로 애착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된다면 생존을 위협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애착손상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만큼의 트라우마가 되는 것일까? 사실 정확한 기준은 없다. 그 강도와 빈도는 아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착손상은 복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애착손상에 따른 좌절감을 안전한 환경에서 수용하고 위로해줄 수 있다면 애착손상은 오히려 안정적 애착으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회복경험 없이 애착손상이 거듭되면 트라우마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유아기 트라우마가 있으면 뇌의 발달이 방해를 받아 상위 뇌보다는 하위 뇌 기능이 큰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유아기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앨런 쇼어에 따르면 유아가 애착 트라우마를 입으면 우뇌 변연계와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과각성이나 해리(조절할 수 없는 과도한 자극이 주어질 경우 자기 자신이나 주위 환경에 대한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발달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불러 일으키는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취약한 채 자라는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나 감정조절의 핵이 ‘자아의 능력’이 아니라 ‘안정된 애착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이다.

애착 트라우마는 자아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보통의 트라우마는 그 강도가 크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애착 트라우마는 그러려야 그럴 수가 없다. 정서적으로 매우 긴밀하고 의존도가 일방적으로 높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애착손상을 받으면서도 그 대상에게 계속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도망칠수도 계속 밀쳐낼 수도, 마냥 미워하지도 못할 대상 앞에서 아이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한편으로는 미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애정을 갈구한다. 이러한 혼란 상황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결국 아이는 꼭 필요한 자원 외에는 심리적 애착욕구를 포기하거나, 어떻게든 돌봄을 받기 위해 관계에 매달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에 이른다.

출처: 관계를 읽는 시간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